[한국영화]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싶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후기

젠가부터 SNS를 보면 '대나무숲'이라 불리는 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교나 직장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익명의 힘을 빌어 털어놓는 곳이다. 이곳은 마치 신라시대 경문왕의 왕관을 만들던 사람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치던 그 대나무숲 같은 곳이기에 수천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에 생긴 가상의 모임에도 '~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사실 '힐링'에 대한 열망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짐짓 새삼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이 힐링 열풍은 어찌 보면 모든 것이 연결된 편리함이 불러온 불편함에서 기인한 것 같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통해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엄청나게 빠른 정보의 순환을 가져오지만 그와 동시에 엄청나게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여행지에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맛집에서, 그리고 내가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이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잠시도 나를 숨기고 쉴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 그것을 즐기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힐링을 열망하지만 진짜 힐링을 원한다면 내가 가진 것을 다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한 마디로 지금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힐링을 꿈꾸게 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쉬고 싶어하게 된다. 




세 명의 주인공 혜원, 재하, 그리고 은숙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20대로 등장한다. 혜원은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을 안고 살다가 상경하게 된다. 이후 편의점 알바를 하며 고시 공부를 하던 도중 자신의 낙방과 남자친구의 합격을 동시에 겪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릴 적 고향에 있는 빈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릴 적 친구인 은숙과 재하를 만나게 된다. 은숙은 어릴 적부터 고향에서 자라며 지역에 있는 은행에 취업하지만 따분한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며 언젠가는 상경하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 돌아온 혜원을 만나 다시 우정을 쌓아간다. 재하는 타지에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였지만 남들과 똑같은 반복되는 삶, 자신의 자존감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고향에서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있다. 이렇게 각각의 어려움을 가진 세 명의 친구가 어느 겨울 돌아온 혜원의 등장을 계기로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밥을 지어 먹고 술도 빚어 마시며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를 찾게 된 혜원은 엄마에 대한 미움을 떨쳐내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새로운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혜원의 앞에 펼쳐진 건 문이 열려있고 누군가가 온 것만 같은 집. 그 집 앞에서 희망에 찬 표정을 지은 혜원의 모습에서 영화는 열린 결말을 맞이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눈과 귀가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 겨울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까지 사시사철 변해가는 혜원의 집, 그리고 한적한 농촌의 모습은 매일 같이 도심 속에서 회색 건물들만 보는 우리에게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영화의 배경으로 논, 밭, 과수원도 계속 나오는데 보는 내내 어릴 적 뛰어놀던 시골의 풍경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계절에 맞게 곳곳에서 나는 갖가지 식재료를 이용하여 뚝딱 만들어내는 혜원의 요리와 그 요리를 즐기는 모습들도 참 보기 좋았다. 그리고 재하가 혜원에게 데려다 준 강아지 '오구'의 성장하는 모습까지도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상사의 꾸지람을 무시하고 번듯한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는 재하의 모습과 꼰대같은 부장의 머리에 탬버린을 꽂아버린 은숙의 모습에서는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모든 면에서 나를 힐링시켜준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겠지만,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든 생각은, "나도 저렇게 돌아가 쉴 곳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였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편안함과 동시에 삶에 대한 중요한 질문도 던져준다. 정말 지금처럼 이렇게 바쁘게만 산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 나은 것일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원하지 않는 곳에 억지로 구겨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혜원이 그랬듯 새로운 봄을 찾아가려 할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우리를 찾아온 이유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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