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양] 서쪽에 있는 3기의 왕릉,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삼릉 둘러보기

안녕하세요.

플라이프입니다.

아직 햇살이 뜨겁지만 선선한 가을바람 한 번이면 시원해지는 요즘입니다. 예년 같았으면 많은 분들이 나들이와 여행을 즐길 계절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잠깐 외출하기도 꺼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마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기에 근교에 한산한 곳을 찾던 저희는 드넓은 평야로 유명한 '렛츠런팜 원당'에 가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끝없는 초원과 그곳을 평화롭게 뛰노는 말을 서울 근교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예전에 제주도 조랑말을 보던 기억이 떠올라 매우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개방하지 않은 렛츠런팜 원당

사진 속에서 보시다시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목장을 개방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희는 도착하기 전까지 렛츠런팜 원당만 생각하고 갔었기 때문에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낯선 동네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바로 옆에 '고양 서삼릉'의 입구가 보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곳이 서삼릉이 있는 곳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서삼릉과 렛츠런팜 원당은 완전히 붙어있었습니다.

 

 

 

 

서삼릉 들어가보기

서삼릉 입구

서삼릉 정문에서 본 모습입니다. 이 곳에서 살짝만 오른쪽을 바라보면 바로 렛츠런팜 원당이 있습니다. 무작정 다른 곳으로 가기도 애매하고 조선왕조의 왕릉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고양 서삼릉 종합안내도

서삼릉은 이 포스팅의 제목에서 보셨다시피 '서쪽에 있는 세 기의 능'이라는 뜻으로 희릉, 효릉, 예릉이 모셔져 있으며 현재 사적 제 200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 곳에 모셔진 희릉은 중종의 두 번째 왕비 장경왕후의 능으로 처음에는 헌릉(태종과 원경왕후의 능) 근처에 있었다가 1537년(중종 32년)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후 인종과 인성왕후의 효릉, 철종과 철인황후의 예릉이 차례로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서삼릉에는 이 세 기의 왕릉 이외에도 소경원(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의 원), 의령원(추존 장조의황제, 사도세자의 맏아들 의소세손의 원),  효창원(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의 원)등 세 기의 원과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의 묘인 회묘,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산업화 과정에서 이 곳으로 옮겨진 묘 47기와 태실 54기 등이 있습니다. 

현재 일반에 공개된 곳은 희릉, 예릉, 의령원, 효창원 등으로 이들 이외 지역은 능역부분만 문화재청의 소유이므로 관람로 연결이 어렵기 때문에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합니다. 

 

 

 

관람안내 및 입장마감시간안내

표사는곳 옆에 서삼릉의 관람시간과 입장마감시간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입장시간 및 개방시간이 계절에 따라 약간 유동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편안하게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방문객이 적어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간 입장시간 개방시간
2월~5월, 9월~10월 09:00~17:00 09:00~18:00
6월~8월 09:00~17:30 09:00~18:30
11월~1월 09:00~16:30 09:00~17:30

 

서삼릉의 관람요금은 대인(만25세~만64세)기준 1,000원(10인 이상 800원)이며 고양시 지역주민은 요금의 50%를 감면해줍니다.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유리한 1개월짜리 상시관람권도 판매 중이며 가격은 1인당 10,000원입니다. 이외에 시간제관람권이나 점심시간관람권도 판매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문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대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서삼릉 입장권

2020년 9월 말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장시 표는 직접 제출하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진 속에는 나오지 않지만 끝부분에 뜯어서 제출하는 표가 있는데 그걸 검표하시는 분이 뜯어주지 않고 직접 뜯어서 내야한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가 정말 우리 삶의 소소한 부분까지 불편함을 주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서삼릉 둘러보기

발길 닿는대로 걷던 저희가 먼저 향한 곳은 희릉입니다. 가는 길에 나무에 A4용지를 코팅해서 방향 표시를 해두었는데, 그 모습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격에 썩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표지판을 공사하는 중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희릉으로 가는 길은 마치 한적한 숲 속에 있는 산책길 같은 느낌입니다. 곳곳에 편히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울창한 숲이 햇살을 딱 적당하게 막아주기 때문에 더욱 좋습니다.

 

 

 

희릉의 홍살문

숲을 거닐다보니 어느새 희릉 앞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저희를 맞아준 건 홍살문이었습니다. 홍살문은 궁전·관아(官衙)·능(陵)·묘(廟)·원(園) 등의 앞에 세우던 붉은색을 칠한 나무문을 뜻하는데, 신라시대부터 그 역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문은 상징성이 큰 구조물이기 때문에 따로 담장 등을 둘러세우지 않고 문만 서 있는게 특징입니다.

 

 

 

희릉 안내판

홍살문 옆에 희릉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희릉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중종의 두 번째 왕비인 장경왕후 윤씨의 능입니다. 처음에는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소재의 헌릉 서쪽 언덕에 조성되었으나 이후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희릉 안내판 옆에는 상설도 해설이 적혀있어 각 건축물과 구조물이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상징하는지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사실 저는 조선시대 왕릉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왕릉하면 그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경주에서 본 그런류의 양식만 떠오를 뿐인데 이 곳의 능은 그런 형태와는 달랐습니다. 먼저 능 앞에 여러 역할을 하는 건물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능은 이 건물들이 있는 곳보다 훨씬 높은 언덕 위에 모셔져 있어 정면에서는 그 모습이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왕권을 더 높이 보이게 하기 위해 이런 양식을 적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릉 안내판

희릉을 둘러보고 예릉으로 향했습니다. 예릉도 앞서 본 희릉과 같은 양식으로 되어있고 홍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안내안내판에는 희릉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 잘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향로와 어로

홍살문부터 건축물까지 향하는 길은 돌길로 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두 개의 돌길이 놓여있는데 가운데 있는 길이 오른쪽에 있는 길보다 조금 더 높았습니다. 이 길의 정체는 바로 향로와 어로입니다. 향로는 제향시 향과 축문을 들고 가는 길이고 어로는 제향을 드리러 온 왕이 걷는 길입니다. 앞서 능의 전체적인 구조에서 능 자체의 높이가 높았던 것처럼 이 두 개의 길도 높이에 차이를 두어 향과 축문이 가는길과 왕의 길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왼쪽면에서 바라본 예릉

예릉도 문화재 보존을 위해 능 바로 앞까지 가는 건 막혀있습니다. 그렇지만 희릉과 달리 정면 기준 왼쪽에 있는 전망대에서 조금 더 가까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정돈된 모습입니다. 조선왕릉은 무조건 거대함만 추구하는 다른 시대 또는 왕조의 능과는 달리,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왕릉의 무게감을 잃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령원과 효창원의 안내판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의령원과 효창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서삼릉에는 총 3기의 왕릉이 있고 그 외에 소경원(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의 원), 의령원(추존 장조의황제, 사도세자의 맏아들 의소세손의 원),  효창원(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의 원)등 세 기의 원과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의 묘인 회묘,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산업화 과정에서 이 곳으로 옮겨진 묘 47기와 태실 54기 등이 있습니다. 

 

 

 

앞서 보았던 왕릉과 비교해보자면 전체적인 규모 자체가 작은 편입니다. 또한 홍살문이나 기타 왕릉에서 보았던 요소들도 몇개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의 능에 걸맞게 단정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이 듭니다. 

 

 

 

 

 

 


조선왕조의 능은 다른 왕조에 비해 최근에 만들어진 편이라 관리 및 보존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 서삼릉은 일제강점기와 근대를 거치며 여러가지 이유로 옮긴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비교적 원형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한 곳이 많습니다. 또한 왕릉을 둘러싼 숲이 무성하게 자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조선시대의 또 다른 기록을 본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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